도파민 인류① 알파세대가 잃은 것, 문해력
기자심우삼,정봉비,김채운,고나린
지난달 21일 서울 광진구의 한 문해력 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초등학교 4학년 지우(가명)가 “가정해 보자”는 선생님 말에 뭘 하라는지 알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10줄 남짓의 짧은 글을 읽고 내용을 요약하는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90분 수업 내내 단어 뜻을 묻고 답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선생님 개최는 뭐예요?” 선생님은 문장 안에서 ‘개최’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했지만, 지우와 친구들은 끝까지 개최의 뜻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초등 고학년이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반환’이라는 단어를 모르더라고요. 아이들이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는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단어 뜻만 물어봅니다.” 학원 대표는 최근 학생들의 문맥 속 단어 유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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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뇌가 일찌감치 유튜브 등 짧은 영상 ‘쇼트폼’(Short-)에 노출되면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적인 활동에 흥미를 잃게 됐다고 지적한다. “짧은 유튜브 영상은 서사가 없어요. 그저 게임처럼 자극으로 들어오는 거죠. 가만히 책 읽는 행위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지 못해요.”(14년차 교사 김병섭) 스마트폰에 흥미를 뺏긴 아이들은 글을 낯설어하고 있다.
문해력 지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보다 악화됐다. 올해 발표된 국제학업성취도(PISA) 지표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분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09년 5.8%에서, 2022년 14.7%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원년으로 꼽히는 2010년 전후로 학생들의 문해력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진 것이다.
일선 초등학교 현장은 문해력 저하 영향권에 든 지 오래다. 교사들은 “‘비교해봅시다’란 교과서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비교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교사 김병섭)거나 “초등학교 고학년이 ‘발이 넓다’란 말을 몰라”(30년차 교사 이세경)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단어를 모르다 보니 계획대로 수업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18년차인 양해준 교사는 “매 순간 문장의 뜻이나 흐름을 짚어주면서 수업을 진행하니 목표한 진도의 3분의 1밖에 못 나간다”며 “자기 학년 수준이면 충분히 알 만한 단어도 몰라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매일 있다”고 말했다.
일부 수학학원은 문제 지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독서 수업을 편성하기도 한다. 해당 수학학원 관계자는 “문제에 나온 대로 식을 쓰면 되는데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처음 듣는 말이 너무 많아서 무슨 설명을 해줘도 머릿속으로 정보 처리를 못 하는 걸 보고 문해력 수업을 편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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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뇌 발달 시기인 아동·청소년기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언어능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진 가톨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과다사용 증상이 심할수록 언어 처리에 관여하는 ‘두정엽내구’와 ‘내측전두엽’ 간에 기능적 연결성이 떨어지는 걸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한 시간 이하로 디지털 기기 화면을 보는 어린이에 비해, 하루 두세 시간 이상 화면을 보는 어린이들이 어휘 습득 능력이 떨어진다는 외국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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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학생들은 긴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자체에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탓도 있지만, 글을 읽는 방식이 바뀐 영향도 크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병섭 교사는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선형’으로 읽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스크롤 넘기듯이 키워드만 대충 보고 넘기는 경향이 있다. 스쳐 읽으니 이해력도 엄청 떨어진다”며 “학생들에게 손가락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짚어가면서 글을 읽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볼 때 사람들은 눈동자를 영어의 에프(F)자 형태로 움직이며 첫 문장만 보고 다음 단락으로 곧장 내려가는 형태를 보이는데, 책을 읽을 때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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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3348.html
다들 느끼고 아는 얘긴데 현장 취재한 기사로 보니 좀더 확 다가오네.
숫자 붙은 걸 보니 연속 기사로 기획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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